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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부족했던 복강경 2세대들 이젠 새 패러다임 만든다[연중기획-명의가 되기까지⑮]경희대병원 외과 이길연 교수
김민아 기자  |  kma@sisamedi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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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9  06:00:01

명의(名醫)의 사전적 의미는 '병을 잘 고쳐 이름난 의사'다. 환자를 잘 보고 잘 진단하고, 수술성공률이 높다는 것은 어쩌면 명의이기 전에 의사로서 당연한 조건이지 않을까.
시사메디in은 중위권 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본교 출신으로서 내실을 다져온, 각 대학병원 명의를 찾았다. 그들은 어떤 철학으로 또 어떤 수련과정을 거쳐, 어떤 모습의 명의가 됐을까. 그리고 그는 앞으로 어떤 명의로 남고 싶을까. -편집자 주

경희대병원 외과 이길연 교수(1992년 경희의대 졸업)의 주전공 분야는 직장암, 그중에서도 로봇 복강경 수술이다.

복강경 불모지이던 시절 1세대 스승들이 받던 핍박과 고생보다야 덜했지만 2세대 제자들은 선구자인 스승이 밟던 그길에 확신을 갖고 따랐던 공이 있다.

복강경 수술 2세대인 이 교수는 현재 직장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꿈꾸고 있다. 외과의사인 그가 수술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도전을 걸었다.

무조건적 수술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환자의 예후를 가장 좋게 하는 암치료는 어디에 있을까. 시사메디in은 차세대 직장암 명의 이길연 교수를 만났다.

   
▲ 경희대병원 외과 이길연 교수

복강경 2세대, 손가락질받던 1세대 스승 찾아 밤샘공부
이길연 교수가 중학교 재학 시절, 갑작스레 집안에 우환이 닥쳤다. 바로 윗형이 뇌출혈로 1년 정도 입원 생활을 한 것. 병원 분위기에 익숙해지면서 작은 마음 안에 '아픈 이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싹이 돋은 것도 그즈음이다.

당시에는 공과대학 진학 붐이 일었다. 오랜 병원 생활을 하며 의사의 삶을 봐온 부모님의 만류에도 의대를 택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원래 말을 잘 안듣는 아들"인데다가 형의 투병 속에 스스로 결정하는 게 익숙했던 이길연 교수는 결국 그길로 들어섰다.

이길연 교수는 복강경수술 2세대다.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앞에 의료계는 늘 날선 전쟁을 벌였다. 패러다임 전환을 꿈꾸는 1세대들은 수백, 수천배 많은 노력을 들여야했고 또한 핍박도 견뎌야 했다. 이길연 교수가 복강경수술을 처음 접한 그때 국내 환경은 2세대가 배울 수 있는 스승이 많지 않을 시기였다.

당시 국내에는 김준기(서울성모병원), 김선한(고대안암병원) 교수 정도만이 복강경수술을 했다. 대장항문외과의 길로 이길연 교수를 인도했던 당시 경희대병원 故이기형 교수는 펠로우였던 자신의 애제자가 복강경수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당시 빈센트병원 김준기 교수에게 보냈다. 이 교수에게는 또다른 은사다. 스승의 배려 속에 타병원에서 복강경수술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남들은 "왜 엉뚱한 일을 하냐"며 스승을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복강경수술에 대해 확신했다. 대장 전체를 절제하는 10시간 걸린 큰수술 다음날 환자가 멀쩡히 걸어다니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작지만 나라도 도와드리자" 마음먹었다.

그 인연으로 배움의 기회는 계속됐다. 펠로우 일이 끝나는 자정, 졸음 속에 차를 몰아 빈센트병원에 도착했다. 커다란 수첩을 늘상 들고다니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기록했다. 환자는 어떻게 준비하고, 그위치와 순서까지…. 깜깜하던 이 교수에게는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생생한 교과서와 같았던 김준기 교수의 수술비디오는 오직 빈센트병원 안에서만, 모든 일과가 끝난 새벽에야 볼 수 있었다.

"꼼꼼하신 분이었다. 라이브서저리는 보물같은 거지 않겠는가. 밤 새워 녹화테이프를 보고갔더니 결국 비디오를 몇개 주셨다. 지금도 그때 얘기를 가끔하신다(웃음)."

열심히 하는 후배에 김준기 교수도 마음을 써줬다. 해외 큰 학회가 있으면 타병원 펠로우인 이 교수를 데려갔다. 2002년 그 도움으로 찾았던 홍콩 복강경수술 학회에서는 "나도 큰 꿈을 갖고 해야겠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던 그 꿈이 한단계 무르익기 시작했다.

패더라임 변화 앞에 두려움은 없다…외과의사가 수술 패러다임에 맞서다
   
▲ 최근 이 교수는 모스크바 N.N. Blokhin 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 학회에 초청돼 로봇복강경 직장암 수술 시연을 선보였다.
이 교수는 주변 조직을 최대한 살리고 있는 로봇 복강경수술 분야를 이끌고 있는 젊은 의사로 꼽힌다. 특히 직장암 수술 중에서도 골반이 좁아 난이도가 높은 남성 하부직장암 환자의 수술이 로봇 복강경에 적합하다. 최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학회와 말레이시아, 인도에 초청돼 로봇 복강경 등 직장암 수술 시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직장암 후유증으로 약물요법만으로 증상 호전이 이뤄지지 않은 변실금 환자에게 국내에서 최초로 천추신경자극술을 도입해 성공적인 예후를 확인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추신경자극술 케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복강경 수술의 2세대로서 스승들이 다져놓은 패러다임 변화 물결을 뒤따랐다면 이제 직접 직장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꿈꾸고 있다. 개개인에게 딱 맞는 정밀의학적 관점에서의 직장암 치료다.

2005년 대장항문학으로 유서깊은 미네소타의과대학 연수 길에 올랐던 일이 계기가 됐다. 이 교수가 그곳에서 배운 것은 대장항문에 대한 연구만큼이나 '생각하는 힘'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보다 외우는 것에 익숙한 국내 학문 환경, 정리된 생각을 말하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새로운 것이 들어왔을 때 무조건 수용도, 무조건 배척도 없는 토론 환경에서 생각하는 힘을 배웠다. 단편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왜 그럴까' 연구하고, 또 여기서부터 파생된 질문에 대한 답을 내고…. 그러다보면 큰 틀의 변화 앞에 서게 되고, 창조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게 된다. 나아가 플러스 알파는 거기서 온다."

그간 직장암 치료의 원칙은 수술을 통해 국소 재발을 막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치료 후 진짜 환자의 삶을 고려한 암치료에 그는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무조건 수술이 답은 아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미 세계적인 암센터인 미국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 영국의 로열마스든병원 등에서는 추가적인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하면서 수술을 생략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길연 교수를 필두로 경희의료원은 이들 병원과 공동협력해 암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직장암의 항암화학방사선치료 후 암이 없어진 완전관해환자의 수술을 연기하는 임상시험이다.

직장암의 항암방사선치료 이후 완전관해 여부를 판독하는 데는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이 중요하다. 이를 판독하는 방법을 개발한 선구자인 로열마스든병원 지나 브라운 교수를 현재 건립중인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의 자문으로 위촉한 이유도 이러한 배경이다.

실제 이 교수는 이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근거로 한 직장암 치료에 힘쓰고 있다. 이 교수에게 한 중년의 환자가 찾은 환자 사례에서 더욱 확신하고 있다. 이 교수는 빅5병원에서 항문을 없애야 한다 했다면서 울며불며 사정했던 그 중년의 항문을 살렸고 추적관찰 중인 경과 역시 좋다. MRI상 나타나는 안전거리의 정확한 판단을 통해 했던 결정이었다.

환자의 수술법을 결정하는 데 의사의 결정만큼이나 환자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그의 지론과 이때 요구되는 의사의 정확한 진단 테크닉이 빛을 발한 것. 물론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지만 평생 배변줄을 달고 살아야 할 환자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 결정이었다.

이 교수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살더라도 제대로 살게하는 의사를 꿈꾸고 있다. 외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정면반박한다는 저항에 부딪칠지라도.

"수술만으로는 암을 극복 못한다. 외과의사지만 수술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면 암을 정복할 수 없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치료 경과를 좋게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싶다. 영국과의 협력도 그 일환이다. 과학의 발전은 그렇게 이뤄져왔다."

   
 
경희대병원 이길연 교수 프로필
 
1992.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5. 경희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
2001. 경희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1993. 경희의료원 수련의 과정 수료
1997. 경희의료원 외과 전공의 과정 수료
2000~2002 경희의료원 외과 임상강사, 대장항문전공
2003~2006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2005~2006 미네소타대학 외과 대장항문분과 교환교수
2007~2011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
2012~현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기타
경희의료원 외과장, 의과학연구원 부원장, 암병원설립추진본부 국장
후마니타스 국제 암 심포지엄 운영위원장
대한외과감염학회 수술감염관리 위원장
한국외과연구재단 국장
대한대장항문학회 IBD 연구회 회장
무흉터수술연구회 교육위원장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 학술위원장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정보위원장

학회 활동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 총무이사
대한외과학회 수석부총무
대한외과감염연구회 총무
대한대장항문학회 복강경대장수술연구회 간사
대한내시경무흉터수술연구회 임상연구이사
대한임상종양학회 임상시험위원
미국대장항문학회 정회원
유럽대장항문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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