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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아그라의 변신-어떻게 고산병 치료약이 될까?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이윤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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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9  06:06:31

   
 ▲ 이윤수 원장
요즘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대량 구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발기부전약 비아그라가 장안의 화제다.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처음 태어났을 때 많은 남성들은 ‘해피약물(Happy Drug)’이라며 칭송했지만 부작용도 따랐다. 대표적인 것이 무리한 약물복용으로 인한 복상사였다. 비아그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신도 거듭했다.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약에서 시작해 폐고혈압 치료제, 고산병 치료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레이노드현상 치료제 등으로 변신해왔다.

최근에는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 때문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보통 약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질환에 대해 적응증을 찾아내 변신을 시작하는데, 비아그라가 대표적인 약이다. 제약회사로서도 약물의 변신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여기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이번에 청와대가 해명한 ‘고산증 예방약’과 관련해서는 의학적으로 다양한 견해가 있다. 비아그라가 의학적으로 고산병 치료 및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과 효과가 없다는 논문이 뒤섞여 있다.

1998년 발기부전 치료제로 세계 최초로 개발된 비아그라는 성분명이 구연산 실데나필이다. PDE5 억제제로 음경 내에 PDE5(포스포디에스터라제) 효소의 작용을 억제시켜 발기를 시킨다. PDE라는 효소는 신체 여러 곳에 존재하는데 종류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총 11개가 있는데 비뇨기과에서 다루는 생식기 및 신장, 뇌, 폐, 심장에 주로 많이 분포한 효소가 5번 효소인 PDE5이다. PDE5 억제제는 PDE5 효소가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PDE5 억제제가 발기부전 다음으로 허가 받은 사항이 폐고혈압 치료제이다. 폐고혈압이란 수축물질 자극이 우세해지면서 폐혈관 수축이 일어나는 과정으로 혈관 평활근세포의 증식과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고 섬유화가 나타난다. 비아그라는 2000년 폐고혈압을 치료했다는 최초 보고 이후 연구가 계속돼 2005년 미국 FDA가 폐고혈압 치료제로 시판을 승인했다.

최근 PDE5 억제제는 전립선 치료제로도 사용이 허가됐다. 전립선에도 음경 해면체처럼 PDE5 효소가 분포돼 있다. 남성질환인 발기부전과 전립선비대증은 서로 연관 관계가 있다. PDE5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면 전립선과 평활근이 이완되기 때문에 전립선으로 인한 배뇨장애도 완화가 된다. 기존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와 PDE5 억제제를 같이 사용할 경우 하부 요로 증상이 완화되며 발기력에도 도움이 된다.

PDE5 억제제는 레이노드 현상(Raynaud phenomenon)의 치료 및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이 증상은 추위나 스트레스에 대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반응해 말초혈관을 비정상적으로 수축시켜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것을 의미한다. 추운 곳에 나가거나 찬물에 손발 등을 담그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작적으로 손가락, 발가락, 코나 귀 등의 끝부분에 변색이 온다.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은 최근 동물실험에서 혈당 신진대사와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미국 내슈빌 반더빌트대학 연구에 의하면 실데나필이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켜 혈액 내의 당이 근육으로 이동을 도와 혈당을 떨구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뇨병 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구연산염)는 처음부터 발기부전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게 아니다.

당초 비아그라는 혈관을 확장하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약물이다. 1992년 영국 화이자의 샌드위치연구소에서 비아그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당시 연구자들은 동맥경화로 인해 심장 동맥을 수축시키는 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임상실험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PDE5 억제제로 화학물질인 실데나필 구연산염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험 결과 실데나필 구연산염이 심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현저히 증가시켜주지 않았다. 실험자의 협심증 치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남성 실험자들은 실험이 끝난 후 남은 약을 회수할 때 돌려주려 하지 않았다.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주는 대신 남성의 성기로 가는 혈액량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행복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당초 목적이었던 심장질환제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발기부전 치료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됐다.

美 질병관리본부도 ‘고산병’ 약제 분류
그러면 당초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PDE5 억제제가 어떻게 고산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일까. 고산병의 종류로는 급성 고산병(Acute Mountain Sickness·AMS), 고소뇌부종(High Altitude Cerebral Edema·HACE), 고소폐부종(High Altitude Pulmonary Edema·HAPE) 등이 있다. 급성 고산병은 고지대에 도착하여 6시간 내지 12시간 만에 두통, 구토, 식욕부진, 피로감, 어지러움, 불면 등의 증상을 보인다. 고소뇌부종은 원인이 저산소증에 의한 뇌혈관 이상으로 생각되며, 고소폐부종은 원인이 저산소증에 의한 폐혈관 이상으로 생각된다.

높은 지대에서 저산소 상태에 노출됐을 때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해 호흡곤란 같은 증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때문에 비아그라가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다면 논리적으로 고산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실데나필의 고산병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 2000년대 상반기 고소폐부종과 폐동맥 고혈압을 예방 및 개선했다는 논문이 주종을 이루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호전 효과가 별로 없다는 논문도 많이 발표됐다. 현재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PDE5 억제제를 ‘고산병 예방과 치료 기타(other) 약제’로 명시해 놓고 있다. 다만 일회성으로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8시간 간격으로 3번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돼 있다.

고산병 예방을 위한 약으로는 대표적으로 아세타졸아미드가 추천되지만 이 약은 이뇨제로 장기간 복용에 문제가 있다. 때문에 지금도 고산지대에 가는 많은 사람들이 고산병 예방 차원에서 PDE5 억제제를 처방받아 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 비아그라 복제약이 많이 나와서 가격이 현저히 싸진 효과도 있을 것이다.

비뇨기과 약물 중에서는 비아그라처럼 당초와 달리 엉뚱한 용도로 사용되는 약물이 많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프로스카가 대표적이다. 이 약의 성분명은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로 연구 중에 모발의 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탈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약물이란 치료약이 되기도 하지만 과하면 독약이 되기도 한다. 사용하는 의사에 따라 다양한 효능과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의사들도 자신의 지식과 경험뿐 아니라 학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다른 의사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처방에 활용한다. 진료실에서 약에 대한 경험이 쌓여가면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용량 및 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자의 변신이 무죄이듯 약물의 변신도 결국 무죄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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